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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혜윰길을 따라 흐르는 정림사지의 이야기를 차분히 안내하도록 하겠습니다. 부여 시내 한복판 1,400년의 세월을 견뎌낸 석탑 하나가 우뚝 서 있습니다. 백제의 우아함을 그대로 담고 있는 정림사지 오층석탑입니다. 백제가 사비로 도읍을 옮긴 후 이곳 정림사는 왕궁과 가까운 평지에 세워진 가장 중심이 되는 사찰이었습니다. 목조탑의 부드러운 곡선을 돌로 완벽하게 재현해낸 이 탑은 백제인들의 뛰어난 예술혼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 보면 탑의 몸돌에 빼곡히 새겨진 글씨를 볼 수 있습니다. 그것은 백제를 멸망시킨 당나라 장수 소정방이 자신의 승리를 기록한 낙서입니다. 아름다운 탑에 새겨진 나라 잃은 슬픔의 상처. 그러나 정림사지 오층석탑은 그 아픔마저 묵묵히 품어 안고 오늘도 변함없이 우리 곁을 지키고 있습니다. 화려했던 백제의 영광과 패망의 아픔이 공존하는 이곳에서 역사의 무게를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정림사지가 전하는 잔잔한 여운을 마음속에 오래 간직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