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 1
성지혜윰길의 고요한 숨결을 따라, 치명자산성지의 안내를 시작합니다. 전주 시내를 굽어보는 승암산은 치명자산이라는 또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치명자란 신앙을 위해 목숨을 바친 사람을 뜻하는 옛말입니다. 가파른 산길을 따라 정상에 오르면 호남의 사도 유항검 아우구스티노와 그의 가족 일곱 분이 함께 잠들어 있는 묘소를 만나게 됩니다. 박해의 칼날 아래 목숨을 잃었지만 죽어서도 헤어지지 않고 한곳에 묻힌 가족의 사랑이 애틋합니다. 산을 오르는 길은 마치 그들이 걸었던 고난의 길처럼 숨이 차오르지만 그 땀방울 끝에는 시원한 바람과 탁 트인 전경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깎아지른 바위 절벽 아래 피어난 야생화처럼 고통 속에서도 희망을 꽃피웠던 순교자들의 삶을 기억해 주세요. 정상에 있는 바위가 십자가를 멘 예수님과 성모님의 모습을 닮았다고 하니 그 신비로운 모습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치명자산성지가 전하는 잔잔한 여운을 마음속에 오래 간직하시기 바랍니다.